일교차

조회 수 249 추천 수 0 2019.10.18 01:02:39

반가워요. 잘 지내셨나요? 날씨 얘기로 시작하는 건 언제나 뻔하지만 요즘 항상 밖에 나가면 날씨 좋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계절이에요. 

작업실에서 잠깐이라도 나오면 바로 들어가지 않고 조금 걷다 오게 돼요. 벌써 계절이 가는 게 아쉽고 시간이 가는 게 아쉬워요. 나이를 먹는 증거일까요? ㅎㅎ

그러고 보면 작년 가을은 어땠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아요. 노리플라이로 소극장 공연을 했었고 나름 여유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은데 훨씬 바쁜 올해 가을은 유난히 더 아름답고 더 소중하네요.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매일 작업실에 출근하고 가끔 밤을 지새워 집에 못 들어갈 때도 있지만 여느 때보다 멀쩡하게 건강히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머리를 싸매며 쓰던 가사도 뜨겁던 여름을 보내면서 이미 다 완성됐고, 이제는 주변 동료들과 편곡하고 녹음하는 과정에 있어요.

전에는 항상 가사를 마지막까지 못 써서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는데 이번 앨범은 여느때보단 수월하달까. 붙잡고 있던 편견과 다 내가 해내야 한다는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조금 내려놓은 것 같아요.

물론 이제 녹음 막바지 되고 그러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ㅋㅋ 지금으로선 잘 이겨내고 있어요. 


사실 주변 동료들의 응원의 힘이 컸던 것 같아요. 함께 작업하고 있는 영찬이, 홍소진 편곡가 등등 국내 최고의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하고 있고 그들이 저의 음악을 사랑해주고 있어서 새로운 앨범의 부담감을 떨쳐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어요. 함께 만나서 얘기를 나누니 막혔던 것들이 풀리고 영감을 받으니 더 좋은 노래들도 나오게 돼서 그들을 만나기 전과 후로 이 앨범의 마음가짐이 달라졌던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의 제목은 'Connected' 로 정했어요. 요즘 저의 가장 큰 화두이기도 한데 자세한 이야기는 앨범이 나올 때 하겠지만 짧게 얘기하자면, 원래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고, 하나가 되기 위해 살아가며 삶은 계속 그렇게 이어진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저의 노래들의 가사를 쭉 쓰고 보다가 일관된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걸 발견했어요. 그것은 연결되고 이어져 있는 마음들에 관한 노래였고 그래서 앨범의 주제를 짓게 되었습니다. 

우리 삶에서 불완전한 순간들, 슬픔과 고통 또한 삶의 한 부분이고 그것이 이어져 어떠한 교훈으로 나타나는 것도 많이 느꼈어요. 

예전에는 그 불완전한 것들을 없애기 위해, 나에게 올 나쁜 것들을 제거하기 위해 살아왔지만 그건 오히려 또 다른 부작용을 낳더라고요. 나만를 위한 삶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고 혼자 잘난 듯이 살수도 있고요. 


현대의 의학은 고통을 없애는 데 주력한다고 해요. 하지만 고통은 나쁜 것이 아니고 어떤 성장과 치유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하죠. 우리가 무감각해져 가는 것도 그런 고통을 덜 받기 위해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해 스스로 단절되고 벽을 세우는 거 아닐까... 저 부터도 그랬고요. 

하지만 이제 조금 알 것 같아요. 삶은 그런 게 아니구나. 저의 경우 앨범 때문에 머리 싸매며 고통스러워하던 막힌 시간이 있었으니 그다음이 있구나. 

작은 올리브들이 모두 짓이겨지면 하나의 기름이 되듯이, 삶에서도 고통이 있어야 누군가 목을 축일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아직 아주 작은 씨앗 같은 마음이지만 요즘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드디어 12월에 단독 콘서트를 엽니다. 이화여대 삼성홀은 제가 정말 꼭 무대에 서보고 싶었던 공연장이었는데 이번에 기회가 되어서 장소를 마련하게 되었어요. 

그 공연장을 가는 길은 항상 격식을 갖춘(?) 마음으로 갔고 무엇보다 훌륭한 사운드와 공연장 분위기에 매료되어 제가 여태껏 봤던 공연은 다 좋았는데 제 공연도 그럴 수 있도록 노력해볼게요. 

밴드와 스트링을 동원한 대규모 세션이에요. 1집과 2집에 스트링이 꼭 있어야 하는 곡들이 많은데 이번 공연에 드디어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ㅠㅠ 기대해주시고 준비 단단히 해서 멋진 밤을 선물하겠습니다. 


날이 많이 선선해졌네요. 선선해질 때 앨범을 짠 하고 들고 와야 하는데 조금만 더 선선...아니 추워지면 ㅎㅎ 만나실 수 있을 거에요. 그때 따뜻한 노래들 들고 찾아뵐게요. 소식들 sns 와 이곳을 통해 계속 올릴게요. 


언제나 고마워요. 일교차에 감기 조심하시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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