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행이 끝나고

조회 수 4573 추천 수 0 2014.07.21 16:35:49

올 여름은 다른때보다 유독 느닷없이 찾아온 느낌이에요.

남쪽은 비가 많이 왔다는데 저희 동네에선 비 다운 비 한번 제대로 못보고

후다닥 무더위가 찾아오는 바람에 밤에도 선풍기나 에어컨을 켜야 할 만큼 습하고 더워서

집에서는 많은 옷들을 생략(?)하고 있네요. ㅎㅎ

 

7월도 이제 끝나가는데 여름이 느닷없게 느껴지는 건 바쁜 공연일정 탓에 계절이 익어가는 느낌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한 탓도 있겠죠. 즐거운 여름 보내고 계신가요^^

 

공연이 끝난 다음날 거짓말처럼 첫 매미가 울기 시작했어요. 아니면 제가 정신이 없어서 듣지 못한걸까요?

속에서는 전날 뒷풀이때 먹은 와인냄새가 치밀어 올랐지만, 꽤나 의미있는 울음처럼 들렸고

깊은 안도와 일상에 대한 감사함이 넘쳐났습니다.

 

공연은 어떠셨는지요? 총 16일의 긴 여행을 세세하게 설명하기엔 너무 광범위하지만 지금 집 컴퓨터에 앉아 생각해보면

정말 꿈처럼 다른 차원의 일이었던 것 같이 느껴집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공연을 시작하고 첫 피아노 음을 내고 얼마 지나지 않으면

내가 공연을 이끌어 가는것이 아닌 거대한 힘에 이끌려 복잡한 세계를 지나다 오는 경험을 할 때가 있어요.

2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간 듯이. 매번 그렇지는 않고 유독 집중이 되는 날이 있었어요.

그런 날은 얼른 무대에 오르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다른 어떤것도 방해가 되어지질 않아요.  심지어 제가 잘하고 있건 못하건

그런 것 조차 아무런 상관이 없는 담대함도 생기고. 정말 멋진 경험들이었어요.

 

반면 집중이 안되고 사람들이 의식에 들어오고 하는 날은 여러가지에 신경쓰다가 그런 흐름을 놓칠때도 있었구요.

그런 날은 공연이 끝나고 대기실에서 일어나기도 힘들만큼 허탈감에 빠져서 앉아있으면

스탭들이 대리운전 불러서 가라고 한적도 있고...ㅋㅋㅋ

전 회 다 보신 분들은 이날이 그랬고 저날이 이랬구나 짐작할 수 있겠지만,

매순간 다름없었다 자신있게 말씀 드릴수 있는 건, 항상 온 마음을 다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입니다.

 

총 공연 마지막 날에도 무사히 잘 끝났지만 안도감 때문인지 모든 긴장이 다 풀리고 너무 힘이 들어서 한참을 눈도 뜨기 힘들만큼

피로감이 몰려오더라구요. 그래도 가장 잊혀지지 않는건 손에 들고있던 작은 불빛들이었습니다.

마지막 곡인 A door 전주를 시작하고 그 모습을 봤는데 감정이 너무 격해질까봐 일부러 정말 노래에 집중하려고 애썼답니다.

제 생애 가장 아름다운 A door 로 기억 될 것 같아요.

 

처음으로 해본 장기공연이고 처음으로 혼자  무대에 오르는 다소 무모한 도전이기에 꽤 많이 걱정도 했지만

이렇게 잘 끝날 수 있다는게 너무 감사하고 함께 해주신 관객과 스탭들의 힘이 아니면 도저히 버틸 수 없었던

시간이었지 않나 생각해요. 감사합니다 여러분. 회사식구분들. 그리고 Thanks Jesus!!!

 

공연이 끝나고 바로 다음 월요일에는 강력한 몸살의 기운으로 비오듯이 땀이 나고 어지러워서 서둘러 음식을 마구 주워 먹었더니

한 2시간만에 회복 되었습니다. 이번 공연으로 제가 증명한 건 의외로 체질이 매우 건강하며 의외로 강철성대이다...! ㅋㅋㅋ

이제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  공연이 재밌어졌어요. 다른 여러가지 신경쓰지 않고 그저 노래에만 집중하면

언제나 그 신비한 세계에 몰입할 수 있을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뭔가... 어둠속에서 하나의 스위치를 찾은듯한 기분입니다.  

 

쉬는동안 밀린 약속을 지키느라 바빴고, 수요일 목요일에는 아침부터 예비군도 다녀왔어요. 어휴 역시 군대는 체질에 안맞....ㅋㅋ

이제 또 새로운 시작을 위해 열심히 곡 작업 시작합니다. 그리고 렛츠락 일정도 잡혔죠?

아마 솔로로썬 마지막 밴드셋이 아닐까 생각 됩니다...구경 오세요~ 좋은 날 만들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모든 미래에 치얼쓰.

 

기쁜 마음으로 한주 잘 보내시길~  좋은 여름날 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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