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시디

조회 수 4120 추천 수 0 2013.04.03 02:05:44

1년이란 시간이 길다면 길고, 어찌보면 벌써 이만큼이나 되었나 싶을 정도로 훅 지나가기도 하는데요

저에게 있어서 이번 1년여의 기간은 정말 길고 긴 인내의 시간이 아니었나 싶네요.


모든 음반의 마지막 과정인 마스터링을 하러 갈땐 고된 작업으로 정신이 혼미하지만 언제나 처음을 떠올려 보는 것 같습니다.

노리플라이의 휴식기를 거치고 꿈틀꿈틀 음악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부터 이 곡들은 발표 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그 시기가 

처음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만큼 다른 일들보다 막연하고 형체가 없는게 음반작업이 아닌가 싶어요.


아마 그렇게 몇곡을 모았을때 회사와 몇번 가볍게 이야기를 나눴고 데모 한두곡 정도를 들려줬고 그럼 발매날짜는 10월 GMF가 

시작하기 전이 적당하겠다는 모두의 의견과 함께 매사에 긍정적인 (그러므로 계획성 제로인) 저 또한 그렇게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나름 굉장히 열심히 작업했어요. 봄을 지나 작년 그 뜨거운 여름 에어콘을 끄면 방안 온도가 40도까지 올라가는 무더위 속에 

잘 못치는 기타까지 끙끙대며 가이드 녹음하고, 밤을 새워가며 가사를 쓰느라 감정은 요동쳤고, 

보고싶은 사람들도 만나지 못하고 힘겹게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작업을 했더니 어느새 가을이더라구요. 

역시 음반작업으로 제 시간을 지키는 건 저라는 사람의 성향상 무리였네요


GMF가 끝나고 본격적인 스튜디오 녹음이 시작되면서 각각의 악기녹음이 진행되고 스트링, 마지막 노래와 코러스, 믹스까지. 

때로는 아찔하고 막연한 상황들도 많았지만 이전과는 분명히 다른 건 그래도 즐거웠어 라고 생각하게 된 거네요.


몇장의 앨범을 내면서 단련이 된 건지, 과정의 중요함을 인지하고 시작해서 그런건지.

제 자신이 많이 바뀐것도 큰 이유중에 하나겠죠. 


돌이켜보면 정말 즐겁게 음악 했구나 라고 느낄만큼 좋았습니다. (주변 스탭들은 똑같이 피곤했을수도...ㅋㅋ)


어제 마스터 시디를 들고 집에 와서는 밤이 새도록 듣고 또 들었네요

작업하면서 몇천번을 들었는데...그래도 또 듣게 되더라구요. 그 안에서 다 느껴지는 것 같았어요. 그 기간동안 나의 마음이라던가

녹음실의 분위기, 그 날 연주자의 에너지, 집요하리 만치 붙잡고 놓지 못했던 부분과 마지막까지 힘겨웠던 시간싸움까지. 

50여분의 시간으로 녹여져서 아무렇지도 않게 흘러가는 것 같지만 모든 기록 하나하나가 저에겐 특별해서 계속 듣게 만드는 것 같아요. 


여러분들은 이 음악을 어떻게 들으실지 너무 궁금합니다. 

게시판에 이사님의 글을 읽으며 건너편을 녹음할 당시가 생생하게 떠올랐어요. 그 날 녹음은 저 또한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 같아요. 

내일 여러분들에게 그런 마음이 전해지길 바라며...내일 봐요^^


Master CD.JPG



PS: 작업이 끝나면 하고싶은게 정말 많았는데 막상 이렇게 되니 멍하니 할게 없어 심심하네요.

좋은 영화나 책 추천 환영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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