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시간

조회 수 3505 추천 수 0 2017.07.25 01:00:15

정말 오랜만이에요. 


3집이 나온 지 3개월이 훌쩍 지났네요. 겨울에 집에 들어와 무거운 외투를 벗던 반복되는 장면, 큐슈의 강렬한 추위 속에서 뮤비 촬영을 하던 겨울이 그리워질 만큼 여름 한가운데에 들어왔네요.


그사이에 우리는 11곡의 음악을 발표했고, 앨범을 발표한 초반에는 쉴 틈 없이 공연과 방송으로 무대에 섰고 그것이 너무 값지고 감사했습니다.

뒤늦게 앨범을 발표한 만큼 음악들이 깊이있게 전해지길 바랐고 좋은 무대를 만들어서 오시는 분들이 큰 울림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참 많이 노력했습니다. 

바쁜 일정들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정말 여러 가지 마음이 들어요. 그래도 고생했다. 그치만 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우리 음악이 온전히 전달이 될까.


앨범을 내면 마음이 편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너무 수많은 생각들이 들어서 진짜 제 마음은, 시원하지만 허무하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항상 제대로 못챙겨서 떠나보낸 엄마의 마음처럼. 늘 아쉽고 허전한 구석이 있는 것 같아요.

함께 수고하고 걸어온 결과물이 세상에 나와서 사람들에게 들려질 때 그 떨림과 무게는 저 혼자 감당할 영역이 아니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응원해주시는 한마디가 그렇게 감사하고 귀했었고, 소중한 마음으로 계속 달려올 수 있었습니다. 


이번 앨범 어떻게 들으셨는지요. 다들 바쁘고 정신없는 봄에 앨범을 내서 좀 더 일찍 냈어야 하는 아쉬움도 있었고, 긴 시간 공을 들인 흔적들이 담겨서 좋기도 하지만 돌아보면 서툴러도 마음을 덜고 가도 될법한 부분들이 보이기도 하구요. 아 이때는 이런 기분으로 노래했구나. 이때 이 가사 쓸 때는 진짜 힘들었지. 맞아 이 곡 베이스 녹음할 때 진짜 기분 좋았어. 이런 식으로 우리는 우리 음악이 노래를 넘어선 이야기들이 있어서 온전한 사람들의 감정과는 다른 부분으로 다가와서 아무런 스토리를 모르는 상태의 곡의 느낌은 어떨까? 주변과 여러분들께 항상 궁금함을 가지고 질문하곤 해요.

얼마 전 고생한 스텝분들과 욱재를 초대해서 식사를 대접하며 얘기를 나눴어요. 우리한테는 정말 거대한 사건이었구나. 이런 날이 오는구나. 웃을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고 동지들의 짠한 모습과 수고로운 하루하루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좀 더 잘할걸, 더 부지런 할걸 하며 토닥이는 시간도 있었어요. 그러면서 아, 우리가 또 하나의 문을 통과했구나. 다들 고생했어. 힘든 시간은 잊어버리자. 약이 된 것 같아. 이렇게 아름답잖아  생각하면서.


항상 드는 생각은, 이게 끝이 아닌데 나는 왜 세상의 끝처럼 생각하고 어려워할까. 이번이 특히 그랬는데 정리한 생각 중 첫 번째는 이 노래들을 너무 사랑했던 것 같아요. 

Beautiful, Love, 여정 우리들 등등...내 삶에 두 번 다시 나오지 않을 노래들 같다는 생각에 부담이 되었고 특히 Beautiful이나 Love 같은 노래는 한국에서 잘 시도하지 않는 스타일(심지어 영어 가사) 이기 때문에 방향도 안 잡히는 막연함 속에 작업했어요. 지금 돌아보니 내가 표현하려는 게 그래도 거의 다 표현이 되었고 그때의 나의 걱정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두려움의 영역이구나 다시 한번 느끼며...

이렇게 또 어려움이 지나가고 어려움 속에서 귀한 열매가 되었고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그것들을 온전히 조명할 수 있게 되고 고통이 무뎌지니 다음을 기약할 수 있겠더라고요. 잊는다는 건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덕목인 것 같아요. 매일을 살고, 힘든 순간을 계속 부딪쳐서 이겨내고, 누군가를 용서하고 사랑한다는 게 어떤 부분을 잊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니까요.


정말 많은 걸 느낀 앨범이었습니다. 이 노래들의 운명을 저도 모르고 지금 판단할 수도 없겠지만, 그저 이 앨범을 낼 수 있었던 것이 자랑스럽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는 마음 뿐이에요. 그 마음에 비해 저는 더디게 소통하고 항상 모자라서 주변 분들한테도 잘 못 해서 미안하지만... 계속 좋은 노래를 만들면서 이 마음만은 담고 싶어요. 


많은 비가 쏟아지고 가마솥 같은 더위에 고생 많으시죠! 그래도 이 시기가 지나면 또 자라있겠죠 모든 게. 

그저께 어반 뮤직 페스티벌도 너무 재밌었어요. 요즘은 계속 소극장 공연 준비중이에요.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공연 만들어볼게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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