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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늘 이 순간, 순관.
글쓴이 책갈피 날짜 2013.06.16 22:55 조회 수 477

습한 여름기운을 뒤로 하고, 

공연장으로 향하면서 걸음걸음마다 괜한 설렘이 묻어났던 것 같아요. 


공연장에서 바라보는 곳곳의 풍경도 참 한적하니 좋았고요.


한 살, 한 살 나이가 많아질수록 

'처음'이 주는 설렘에 무뎌지곤 하는데, 

요즘 순관옹의 앨범, 그리고 공연을 함께 하면서 

오랜만에 '처음'이 주는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공연장에 들어가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던 무대 - 


무엇보다 앨범명에 꼭 맞게 꾸며진 - 살포시 문이 열린 듯한 - 무대와

그 앞에 찬양해 마지 않는(..) 피아노와 건반. 그리고 주인공 순관옹까지. 


무언가 순관옹에게 정말 초대받은 느낌, 그리고 '함께'한다는 느낌이 공연 곳곳에서 느껴지더라구요. 


한 곡, 한 곡에 쏟았을 정성에 

어느 한 무대를 꼽기 참 어렵지만, 

저는 무엇보다 '건너편', 그리고 '투나잇'이 참 좋았어요. 


12인조(?) 연주자분들과 함께 하는 건너편- 

(이 쯤에서 라이브앨범 한 번 밀어봅니다.......!)

그리고 한 곡이 끝난 여운을 마음에 담기도 전에, 이어지던 투나잇의 전주.

그 장면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그리고 후반부에 이어졌던 (순관옹의 말을 빌어)

'롸킹한' 무대들도 여전히 참 좋았고요.


현실의 묵은 감정을 털어내듯, 

목청껏(........이라 쓰지만, 소심한 처녀떼답게 살짝 한 풀 꺾인 목소리로) 노래했던 

'시야', '조금씩 천천히 너에게', 'Keep going'에서 느껴지던 에너지도요!

(..... 나중에 너갱이 놓고 놀다가. 머리끈이 끊어졌....) 


오늘 공연을 보면서, 


2009년이었나요, 

겨울이 시작될 무렵 - 노리플라이 공연을 처음으로 보았던 때가 

공연 중에 순간 떠오르더라구요. 음, 뭐랄까. 


하루하루, 한 달 그리고 또 일 년. 

이렇게 각자의 몫을 살아오면서, 우리 서로 잘 자라고 있구나-

생각하게 되었던 무대, 그리고 공연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많은 모먼터 분들이 이야기 하셨듯이,

저도 '주변인'을 함께 부를 땐 코가 찡-하더라구요. 


그냥, 앞으로도 이렇게 한 곡- 한 곡-

서로가 호흡을 함께 할 수 있는 노래들이 많아졌으면, 추억들이 늘어났으면 하고 

공연 중에 바래보았습니다.

(무엇보다 제 옆에서 공연을 즐기시던 (저와 무관한) 남자사람님께서 목청껏 노래하시던 모습, 보기 좋았습니다!)


가끔 이렇게 공연을 보고나면 - 행복했던 기억의 잔상들 덕분에,

제가 처해있는 '지금, 여기'를 잊게 되곤 했던 것 같아요. 

때로  그 망각의 여운이 버거울 때도 있지만, 오늘같은 밤에는 두고두고 기억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구태의연한 표현없이도 담담하게 읽혀지는, 

그러나 때로 펼쳐볼 때마다 그 느낌을 달리하는 순관옹의 곡들과, 

그리고 그 안에 담겨진 감성들과 그 마음들이 여전히 참 좋았던 공연이었어요. 


고맙습니다, 순관옹. 


순관옹이 이야기했듯이, 

2013년 어느 여름날. 함께 했던 소중한 기억으로 앞으로의 날들도 힘낼게요. 



소극장 공연도 기대할게요!

(............벌써부터 티켓전쟁이 두려운 1인, 흡)



(덧 1.)

남성미 돋게! 연주하던 순관옹의 가녀린(..) 손목을 멀리서 응시하며,

장사같은 제 팔뚝을 어루만졌던.......처녀떼는 오늘 공연의 여운을 간직하며

또 무럭무럭 자라겠습니다. 순관옹 :)


(덧 2.)

때로, 공연 중에 오가던 재치있던 멘트를 들으며

1집가수로서의 관록이 느껴지더라구요. (?)


아, 찰진멘트! ㅎㅎ



(덧 3.)

얼마 전에 결혼을 한 친구와, 이번 공연을 함께 보았어요. 

공연이 끝난 후, 그 여운이 가시지 않아 친구가 집에 들어가기 싫다고 이야기하는데(..?)

무언가 한 가정의 평화를 제가(혹은 순관ㅇ.....) 깨뜨린 것이 아닌가 일순간 고민해 보았...... 아, 아닙니다. ㅎㅎ